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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summer,
love.

なぜか君と歩きたかった海辺。

20210718 나기이바 합작

A loof:D-day

별 (@star_ensemble_)

란 나기사가 돌아왔다.
처음에는 이 세계가 전부 허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의 얼굴과 두 손 등 이곳저곳을 조심히 더듬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 왜 당신은 살아 있는 거야? 내가 사랑한다는 한 마디도 못 해줬는데. 그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 눈에 띄었지만 자신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면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괜찮냐고 물었다. 당신 때문이야, 전부. 흐느낌이 멈추고 나서야 당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자신의 표정을 정말 어이없게 만들만한 것이었다.

······ 이런 말을 꺼내서 정말 미안하지만,

다음 스케줄을 안내해줄 수 있을까?

 

A loop: Day 1.

 

그렇다. 그는 죽었다가 살아난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의 시간이 그가 죽기 한 달 전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참 아이러니하지. 그러나 이 일을 더욱 깊게 생각하고 있다간 자신의 일이 하루 새에 수백 배에 늘어나게 되므로 일단 지금은 일에 집중하게 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부소장실의 에어컨의 전원 버튼을 누른 뒤, 타자를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글자 하나하나가 새겨져 가는 소리가 경쾌했다.

" ······ 이바라. "

" ······ 예? 아, 각하! 좋은 아침입니다! "

안돼, 당신을 피해야 하는데. 그래야 자신의 마음을 망가뜨리는 사랑이라는 감정도 사라지고 말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당신은 자상한 미소로 날 대해 주는 거야? 왜? 이해 안돼. 결국 나는 등을 돌려 다시 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당신을 신경썼다가는, 다시 망가져버릴지도 몰라.

" ······ 이바라. 오늘은 많이 바빠? "

" 예! 많이 바쁩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

" ······ 오늘은 이바라와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 "

답답하고 짜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당신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을까? 그게 정해진 이야기의 운명이여서? 여름 햇살에 비춰지는 당신의 뒷모습. 그리고 그에 따라 밝기는 어두워졌지만 미소는 그대로인 당신의 얼굴.

나는 당신을 거절할 수 없었다.


A loop: Day 7.


시간이 돌아간지 일주일 되는 날, 우리는 무대에 올랐다.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른 날이 오르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았지만, 그럼에도 당신과 오르는 무대는 아직 제대로 실감나지 않았다.

무대에 대한 평은 언제나 최고였다. 오늘 무대도 수고했다며 수많은 말을 늘어놓은 다음, 성주관으로 돌아와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가 떠나는 건 정해진 운명인 걸까? 아니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걸까? 생각하며. 그때 휴대폰에서 띠리링, 하는 알람음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일까, 확인해봤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당신일 줄이야.

' 이바라. 같이 바다에 가지 않을래? '

이미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이때 가지 않는다를 선택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원래대로의 이야기가 바뀌어 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 자신과 함께 바다라니, 영광입니다. 각하! '

당신과 함께 갔던 바다는, 정말로 끔찍하게나 좋았다. 그리고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나 빨리 당신의 말이 돌아오다니.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이.


A loop: Day 10.


그에게 고백을 받은지 3일이 지났다. 나는 아직도 정확한 답을 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말이 몇 주를 앞당겨온 거지?
원래 운명이라는 건 바뀌지 않는 거 아닌가? 머릿속이 지끈거려올 무렵, 또 당신이 다가왔다.

" 이바라, 머리가 아파 보여. 괜찮아? "

아니, 하나도. 당신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미칠 지경이야. 그러니까 좀 가면 안돼? 나는 입을 우물쭈물 대다가 괜찮다며, 이 정도는 끄떡 없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웃음을 확인한 그는, 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자신이 무슨 고양이라도 되는 줄 아는지.

그날은 워낙 바쁜 탓에 그와 이야기를 별로 나누지 못하였다. 일도 두 배 가량 늘어나 버렸으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를 보지 않게 되어 좋았다. 그에 대한 감정으로 인해 별로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A loop: Day 14.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날.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지 2주, 그에게 고백을 받은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그에게 고백을 훨씬 빨리 받은 것 이외에는 무언가 변한 것이 없었다.

아마 딱 하나? 아니, 두 개 빼고.

장마가 시작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하늘에서는 잦은 소나기가 계속 사람들에게 우산을 쓰라며 심심찮은 소식을 전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 일디예보에는 비란 없었다. 그저 구름이나 햇살이 가득할 것이라고 어제 분명 그랬는데, 일을 마치고 나니 빗방울이 자신을 반겨주고 있었고, 그 앞에는 또 당신이 있었다.

" 이바라. 같이 갈래? "

어쩌다 보니 성주관까지 그의 우산을 쓰고 가게 되었다. 우산을 제 쪽으로 기우는 당신을 빤히 쳐다보니, 반대 쪽 어깨가 젖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 각하! 오른쪽 어깨가 젖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된다면 감기에 걸릴 지도 모릅니다! "

그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은 다음 이바라만 괜찮다면 자신은 상관 없다고 말했다. 그냥 당신 신경 쓰라구요, 제발. 당신 때문에 또 가슴 한 쪽이 저려오잖아.

그 후 아무 말 없이 성주관 앞으로 다 도착했을 무렵, 그가 잠깐 멈추라는 표시로 자신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 난 항상 이바라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 "

이바라가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라며 그는 우산을 접고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또 가슴 한 구석이 저릿했다.


A loop: Day 21.


아, 안돼. 안돼. 안 되는데. 모든 게 잘못되었다. 시간이 평소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자신이 란 나기사의 보호자라며, 병원 안으로 다급하게 들어와 그를 찾았다. 그러다 꿈속의 모습과 똑같은 그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아아, 머리가 너무 아픈데.

발단은 이랬다. 오늘 같이 성주관으로 가지 않겠냐는 물음에 조금 고민하다가 결국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일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마 혼자 성주관으로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음주운전을 한 차량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나. 진짜 짜증났다. 그 망할 차만 없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몇 시간 동안의 수술이 끝나고, 꾸벅 잠들어버린 자신을 간호사가 깨워 주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기는 했지만,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나는 무언가 잘 들리지 않는 채로 그가 곤히 잠들어 있는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잠들어 있다는 표현은, 여기서 쓰는 게 아니려나. 그래, 아마 아니겠지. 아무런 숨도 내뱉지 않았던 그날과는 다르게, 지금은 숨이라도 내쉬고 있었다. 다행인건가?


A loop: Day 27.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 한 달이 지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운명이 바뀌는 걸까, 안 바뀌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의 상태를 계속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일을 병행하는 것은 꽤나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일을 하다 중간중간 당신을 힐끗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떠나는 날까지 3일 남았다. 아니, 떠날 지 안 떠날 지, 아니면 지금 당장 떠날 지는 모르는 일이었기에 머리가 더욱 아파왔다.

가끔 환청같은 게 들려왔다. 당신이 자신을 꿈 속에서 깨우는 듯한 느낌, 그리고 잠에 들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는 꿈으로 더욱 잠을 잘 자지 못하였다. 그렇게 또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거겠지.


A loof: Day 30.


과거에서부터 30일. 새벽 2시에 기분을 전환할 겸 밖으로 나와 있었다. 당신의 상태는 점점 위독해지고 있었고, 그럴 수록 내 마음에는 금방 갈라질 것 같은 형태의 쇠사슬이 채워져있는 것 같았다. 무엇에 그렇게 얽매여있는 걸까, 나는?

당신이 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전달할 때마다, 구역질나고, 혐오스럽고, 부정적인 감정이란 감정은 다 전달되어. 그런데 왜 거절하지 않냐고? 나도 당신과 똑같은 마음이니까. 하지만 받아줄 수 없으니까. 나 같은 게 수락해봤자 아무것도 되지 않을테니까.

마음속에서 그럴싸한 답변을 받은 뒤, 또 다시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꿈에서 탈출한 준비가 되었다며. 그래, 운명은 원래부터 그런 거야.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는 운명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

나는 병원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 루프라는 꿈에서 탈출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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